※ 주의
-본 글은 개발을 바라보는 역사사회학의 시각만을 다루고 있으므로 논리적 비약으로 인한 비판의 여지가 있음
-국제개발협력 분야 조사 특성상 제3세계 친화적인 문법이 다소 포함되어 있음
-따라서 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특정 집단 등에 대한 지지적인 표현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음
목차 |
1. 개발의 기원 2. 개발의 사상적 바탕: 종속이론과 세계체제 이론 3. 진화론적 개발 이론 4. 개발의 의미: 개발의 함정 5. 5. 개발의 전 지구적 의미 |
1. 개발의 기원
개발을 통한 경제성장과 생태의 보존 등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합의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항상 긍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신개발주의’로 변모하기도 하는데(경향신문, 2006) 이러한 점에서 개발이라는 현상은 미래에 어떠한 세계를 만들어갈지에 대한 성찰과 의문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환경과 빈곤과 같은 담론들이 개발에서 고려되어야 할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개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사용하는 개발이 언제부터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개발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일 것이다.
개발은 식민지 시대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제국주의의 열강들의 식민지 지배와 개발이 연관이 있음을 뜻이다. 이때의 열강들은 19세기 이전에 일찍이 식민지 경쟁에 돌입했던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이후의 독일과 이탈리아의 통일정부 등의 국민국가들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산업혁명 이후 서구는 대량생산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에 따라 비서구 지역들은 상품시장의 위치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서구는 2차 산업혁명을 통해 전기, 화학 등의 사업이 발전하게 되면서 석유나 고무와 같은 원재료를 구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고 이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식민지 경쟁에 영향을 주었다. 프랑스가 석탄 등의 광업을 위해 베트남을 지배하에 두려던 시도는 이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즉, 산업혁명 이후 서구의 경제적 동기에 의해서 식민지가 개척되었고 이와 같은 식민지 지배에는 스펜서의 ‘사회진화론’ 등의 사상적 정당화가 존재했다. 이렇듯 식민지 지배는 경제적 이익을 위한 규범적이고 경제적인 지배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과거 단발령이나 인종주의 등은 식민지 지배가 서구의 규범적 지배의 산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책 『개발의 역설』에 따르면 영국의 ‘랭카스터 학교’와 같은 제도는 영국과 이집트 두 사회를 모두 변화 시킬 정도의 산업화를 이루게끔 할 수 있었던 식민지 지배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봤을 때 식민지 지배는 서구 열강과 비서구 국가들의 권력관계에서 이루어진 불평등한 역사였다.
2. 종속 이론과 세계 체제 이론
‘종속’이른 개념은 20세기 중반의 여러 자료에 등장하는 개념인데 서구사회와 비서구 사회 간의 불평등한 경제적 관계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종속’이라는 개념에서 전문가들은 서구처럼 발전된 산업화 국가를 ‘중심부’라고 지칭하고 비서구권의 저발전 국가들을 ‘주변부’라고 지칭한다. 그리고 이러한 중심부와 주변부 국가의 관계에서 수출과 수입의 무역관계의 이윤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불평등 교환’과 ‘의존이 아닌 종속’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영남궁, 2000). 이러한 종속이론의 사례 중 하나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인데, 역사적으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커피나 구리 등을 수출했음에도 빈곤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이때, 종속이론을 심화한 ‘세계 체제 이론’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이론은 국가들은 세계적 분업 체계 내에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정치적 단위이며, 이는 과거와 다르게 세계체제 자체를 분석단위로 보는 이론이다. 이러한 세계 체제 이론에 따르면 각 지역의 노동력은 국가의 강점이나 약점에 연관해서 서로 다른 숙련과 기술 서열구조를 가지는데 책의 표현에 따르면 이에 따라 ‘핵심부’는 자본 집약적 생산과 지적 생산에 집중하고 ‘주변부’는 저숙련 노동 집약적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중심부의 발전을 주변부의 착취와 연관 지어서 생각하면 중심부와 주변부의 의존을 말하는 세계 체제 이론을 생각해봤을 때 중심부와 주변부의 관계를 설명하는 종속 이론은 세계체제이론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론들은 앞서 언급한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배와 관련된 개발의 기원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특히 이 이론들은 서구 열강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식민지를 자본주의화 하려는 시도를 했음을 말해준다(한겨레21, 2000년 04월 13일).
3. 진화론적 개발 이론
식민지 지배 이후 알제리 등의 식민지 국가들은 일종의 ‘대항운동’의 영향으로 식민지들이 독립하게 되고 개발은 국가의 공식적인 프로젝트로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20세기가 끝날 쯤에는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가 소비자들의 시장 거버넌스로 초점이 이동 하게 된다(필립 맥마이클, 2013:34-35). 책 『개발의 역설』에 따르면 이렇게 개발을 시장과 소비로 이해하면 신고전 경제 이론으로 답할 수 있는데, 자기 이익 획득 경향을 소비자의 선호를 통해 실현되는 시장 원칙과 같은 경제이론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발이 경제성장이나 경제발전의 방식이라고 이해하기 이전에 복리를 위한 하나의 개선을 위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앞서 언급한 경제 이론과 관련해서 상품과 서비스의 접근성에 대한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점에서 “20세기 후반에 접어들어 시장이 소비와 개발의 주 매개체가 되면서 점점 더 모든 형태의 서비스 제공이 민영화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을 주목해 봐야 한다. 결국 개발이 소비와 같은 말로써 사용되는 결과가 로스토의 ‘진화론적 개발 이론’에 담겨 있다.
여기에서 언급되는 ‘진화론’은 일종의 사회변동 이론으로 사회 단계가 직선적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책 『개발의 역설』에 따르면 로스토의 진화론적 개발 이론은 ‘전통사회’ 단계, ‘도약을 위한 선행조건’ 단계, ‘도약’ 단계, ‘성숙’ 단계, ‘고도의 대량 소비 사회’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이 단계들의 방향성을 요약하면 생산성이 낮은 농업사회에서 도시화가 진행 된 소비사회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국가의 형성 속에서 교육제도와 과학의 발전이 마련되고 은행업 등의 수익체계도 마련되어야 하며 산업을 통한 투자율이 산업 재생산을 뒷받침할 만큼 오른 후 2차 산업혁명에 의해서 기계공업 등으로 산업이 이동하고 이후에는 생필품 생산 산업에서 가구나 가전제품 등 오래 사용 가능한 내구소비재 생산 산업으로 바뀌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로스토의 개발 이론은 식민지 지배 이후 개발이 소비라는 용어와 동일시되면서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로스토의 개발 이론은 미국의 경험에서 유추한 이론이므로 개발도상국이 미국과 같은 선진개발국의 도움을 받아 복잡한 소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식민지배의 서구 열강들의 사상적 정당화였던 스펜서의 사회 진화론 등과 유사하게 보인다는 한계점이 있다. 즉, 이러한 재화 중심의 이론적 접근은 2000년 UN의 새천년개발목표에 따른 선진국의 개발 원조를 봤을 때 이는 제3세계의 국가를 로스토의 이론 속 단계 내에서 규정하며 선진국에 의존해야 하는 존재로 보고 있으므로 ‘복지 식민주의’처럼 보일 수 있다(오승민·김평만·이동익,2015).
4. 개발의 함정
위의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개발은 권력관계에 따른 착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고 양극화가 발생하는 현상이 개발의 기원에서부터 왔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멕시코의 사회학자인 카사노바는 멕시코의 농촌과 도시의 관계에서 도시의 진보는 농촌에서의 경제적 잉여를 수탈하는 능력에 따라 달렸으며 이를 ‘내부 식민지화’라고 정의했다(강동조, 2014).
이와 더불어 앞서 언급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지속적인 수출에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개발에 따른 경제적인 수혜가 국가와 지역마다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경제성장과 빈곤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가 개발과 발전의 기원이 착취적인 역사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 개발 프로젝트들이 진행해오는 동안 이러한 역사에 대한 성찰의 부재를 말해준다. 물론 과정 속에서 원조와 같은 행위는 있었지만 이 역시 앞에서 살펴봤듯이 저개발 국가를 선진 개발 국가에 의존시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5. 개발의 전 지구적 의미
식민지 시대 이후 개발은 프로젝트화 되었는데 이는 정치, 경제적인 상황에 맞춰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는 마치 신흥 강대국이 부상할 때 기존의 강대국과 충돌하는 듯한 ‘투기디네스의 함정’처럼 ‘대항운동’이 일어난다.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의 변화 속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개발과 빈곤에 대한 역설은 우리가 지금까지의 개발을 어떻게 이해하고 앞으로의 개발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가져다준다고 볼 수 있다.
농업을 생각해 보자. 상업형 농업이 생계형 농업을 대체하게 되는 현상이 식민 지배와 대외 원조 등의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일어나므로 국가 개발을 나라별로 파악하는 방식은 의문이 있고 소농들이 불공정한 세계 시장 경쟁에 노출되었는지, 사회 내에서 농업이 자연스럽게 도태되었는지를 검토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일례로 영국의 농업 생산은 식민지의 외주형태였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소농 경작의 쇠퇴는 일종의 개발 정도의 ‘기준선’으로 평가 받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전 지구적으로 상업형 농토의 전환을 꾀하며 수출용 먹을거리와 생물 연료를 생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에 개발의 방식과 속도, 그리고 개발을 국제적인 현상인지, 혹은 국내의 현상인지에 대한 물음을 안겨준다.\
이러한 상업형 농토의 활용은 생태적인 관점에서 맹점을 드러냈다. 즉, 화학물질과 기술력에 의한 상업형 농업이 마치 외부효과처럼 전 세계에 온실가스 증가 등의 악영향을 야기한 것이다. ‘인간개발지수‘와 같은 지표는 UN이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환경 관련 자료가 제외하고 측정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개발은 인간의 편의와 발전을 기술과 경제의 성장 이외에서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야기되는 환경문제는 환경과 개발의 조화나 여러 국가와 국가 내부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개발의 회의 등 새로운 시각을 알려주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지구적 시장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앞서 식민지 지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상품은 다양한 국가의 원재료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 중에는 석유와 같은 지역적으로 희귀한 자원도 포함된다. 책에서는 운동화를 예시로 공급 사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즉, 지금 우리나라의 주력사업이라 불리는 반도체도 일본 등의 국가에 의존하는 것처럼 하나의 상품에는 각국의 기술과 생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먹을거리로 확장시키면 커피와 채소 등을 생각했을 때 저개발 국가들과 공급사슬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소비하는 의식주의 대부분이 선진국과 소위 말하는 ‘후진국’에 관계없이 서로가 공급사슬 내에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지역별로 부에 대한 접근은 상당히 불평등하다. 우리가 공정무역을 추구하는 이유도 전 지구적 시장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인 수혜가 각 국가와 지역별로 공정하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현재 21세기는 시장과 환경과 생태문제 등에 있어서 전 지구적 시대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제는 생태계가 덜 억압받는 환경 속에서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경제성장의 수혜가 돌아가는 방식의 개발이 추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책 『개발의 역설』의 저자인 필립 맥마이클이 주장하는 ‘지속 가능성 프로젝트’가 새로운 개발담론으로 우리사회에 받아들여져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문헌
강동조,2014,“종속이론-라틴아메리카 지식인들의 자기 발견”, 『역사와 경계』, 91
영남궁,2000,“종속이론의 의미와 한계: 서지학적 에세이”『국제지역연구』, 4(1)
박윤덕 외, 2016, 『서양사 강좌』, 아카넷
필립 맥마이클. 2013. <거대한 역설>. 조효제 옮김. 교양인.
경향신문,2006,“[진보개혁의 위기]4-8. 진보의 10대의제 : 생태주의”,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0612121731471,2006.12.12.
이진경.(2000.04.13.).“제국주의의 간판을 바꿨네!”.한겨레21 제 303호, http://legacy.h21.hani.co.kr/h21/data/L000403/1p3p431p.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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