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본 글은 개발을 바라보는 한 역사사회학적 시각만을 다루고 있으므로 충분한 비판의 여지가 있음
-국제개발협력 분야 조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제3세계 친화적인 문법이 다소 포함되어 있음
1. 전 지구적 생산체제의 형성
개발 프로젝트 시기의 개발은 국민국가의 정치적·경제적 발전 목표의 담론으로써 일종의 ‘프로젝트’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은 냉전 시기 소련 등을 봉쇄하려는 움직임에 따른 서구의 제3세계 투자 등의 세계 시장과 국제 정치적인 현실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개발 프로젝트는 기업 활동의 자유와 국제통화로서의 달러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개발 프로젝트 시기 내에서 소위 말하는 ‘근대화 이론’의 성공 모델로 여겨지는 신흥 공업국이 부상한다. 이 중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들은 상품 수출을 통해 수입 대체 산업화를 꾀했고, 이후 제1세계의 기술을 얻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의 신흥 공업국들도 수출 지향 산업화 모델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광범위해지는 수출 지향 산업화 속에서 제3세계 국가들은 무한정한 노동력과 더불어 제1세계 국가들의 생산처 이전에 혜택을 부여했는데 실제로 태국 같은 경우는 1960년대부터 일찍이 일본기업을 유치해서 자동차 산업과 같은 산업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한겨레,2016). 수출 산업에서 ‘공산품 수출’이라는 새로운 변화는 가공을 거쳐 수출하는 기존의 전통적 수출을 지양하고 초국적 기업에 의한 ‘세계의 공장’이 탄생하게 된다. 즉, 새로운 산업화 전략은 점차 초국적 기업에 의해 재조직되기 시작했다. 초국적 기업에 의한 산업의 대표적인 예시는 자동차 산업이다. 일례로 현재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인 르노 자동차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르노 자동차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꾸준히 세계에 생산 공장을 세워왔다. 르노 자동차의 해외 생산 공장 혹은 조립공장 건설 전략은 고율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 시행되었고, 더불어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자동차 산업 발전과 수입국의 고용창출을 위해서도 시행되었다. 이 결과 영국과 벨기에에서 시작한 르노 자동차의 해외 생산 공장 가동은 말레이시아, 태국 등으로 확대되었는데 이후 경쟁력 있는 공장에 생산을 집중하는 방식이 채택됨에 따라 벨기에 공장은 폐쇄되기도 하였다(한국외국어대학교 EU연구소,2018).
이렇듯 세계적인 규모에서 자본을 축적하는 르노 자동차와 같은 초국적 기업의 생산 방식은 전 지구적 조립 라인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생산 방식을 활용하면서 미국의 기업 등은 환경 규제 기준을 피하기 위해서 멕시코와 같은 제3세계로 생산 라인을 이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자 제품 생산 특성상 나타나는 물리적, 환경적 악영향이 뒤따랐는데 노동자들의 건강의 위협도 존재했다. ‘세계의 공장’ 시스템은 정보화 시대의 기술에 의해 유지되었다. 특히 정보화 기술의 발전은 생산을 조정하는데 도움을 주면서 전 지구적으로 생산체제가 조직화되었다.
한편, 이러한 전 지구적 생산체제 속에서 기업들과 제3세계 국가들은 각자 저임금의 노동과 외화획득을 원했는데, 이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율촌자유무역지역, 그리고 개성공단과 같은 ‘수출 가공 공단’이다. 수출 가공 공단은 제3세계 여성을 전 지구적 노동력에 편입시켰다. 이는 제3세계 동양 여성의 손재주 등이 필요해서였다. 여성은 수출 가공 공단의 주 노동력이었지만 노동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 비율이 감소한다. 전 지구적 생산 조립 활동이 이루어지는 수출 가공 공단에서 노동자들은 마치 과거 우리나라의 평화시장의 고용주들이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어린 시다들에게 주사를 놓거나 야간작업을 강요했던 것(조영래,2009:95)처럼 노동시간과 노동량, 그리고 건강을 착취당했다.
2. 새로운 국제 분업의 출현
개발 프로젝트 시기는 세계화 이전부터 전 지구적 생산체제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노동력이 만들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탈 농촌화가 진행되었기는 했지만 이는 이농 인구의 증가를 야기하는 현상이지 전 지구적 노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 지구적 노동력을 만들기 위한 임금 노동은 단순해진 제조업에 의해 생긴 일상적 업무를 저임금 일자리로 세계에 수출한 기반 위에서 만들어졌다. 생산 과정에서 단순화는 ‘탈기술’로 이어져 ‘세계의 공장’ 속에서 재봉, 조립, 관리 등의 업무가 노동 임금이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 갔다.
대신 단순 업무를 조정할 때 필요한 관리, 공학 기술, 디자인 등의 기술은 제1세계가 보유하고 있었다. 즉, 초국적 기업은 1970년대에 노동 서열 구조를 통해 노동력의 분화를 조정해 왔는데 숙련 노동이 제1세계에 속하고 미숙련 노동이 제3세계에 속하는 탈기술화 업무의 이전이 일상화 되자 ‘신 국제 분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따라서 ‘신국제 분업’은 과거의 분업 구도와 달리 제조업 공정 내에서 제1세계의 선진국이 자본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을 담당하고 그 이외의 단순 업무를 제3세계 국가들에게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현재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애플(Apple)기업이 상품의 디자인과 마케팅은 본사에서 관리하지만 부품구매는 한국에서, 조립과 생산은 중국에서 시행하는 경우와 유사하다(연합뉴스,2019). 이러한 신 국제 분업 구도는 제3세계의 풍부한 노동력과 생산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는 정보 기술 등의 발전 속에서 이루어졌고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은 주로 남성의 숙련노동을 이용해수출품의 수준을 올려 자국의 경쟁력을 올리고자 했다. 한편, 제3세계의 미숙련 노동의 과정에서 성 불평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보 과학의 발전으로 전 지구의 지역에 도급계약 등으로 생산 부품이 조달되었으며 기업들이 생산 공급을 조직하고 비용을 조정하려는 시도에서 노동 기술의 분화는 하청 계약에 의해 복잡한 양상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비정규직을 만들고 노동조합을 약화시켰는데 그리고 하청계약은 기업들이 ‘린 생산 방식’ 등을 받아들이면서 저숙련 일감이 늘어남에 따라 많아졌는데 전 세계 노동력이 형성됨에 따라 도요타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적기 생산 방식’처럼 변화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으며 이는 하청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북반구 주민들도 빈곤과 일자리 조건 약화 등 제3세계와 같은 노동조건을 가지게 되었다.
3. 농업의 지구화
전 세계적으로 농업 산업 또한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이는 기존의 식량 원조와 녹색 혁명에 따라 제3세계 국가들이 농기업 기술과 식량 생산 기술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렇게 ‘세계의 공장’과 함께 ‘세계의 농장’이 탄생했다. 이는 제2차 녹색혁명의 영향을 받았는데 농업 기술과 생명 기술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식물성 공급 원료 등은 이러한 농업은 화학 비료에 의존하며 최근에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해충과 자연환경에 강한 작물과 통일벼 등의 GMO 식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은 소비자용 전문 식품과 농산업용 투입물을 생산하는 차원으로 발전시킨 것인데 이는 곧 녹색혁명이 전 지구적 시장을 대상으로 한 사적 영리 사업이라는 점을 뜻한다.
이 점에서 제2차 녹색혁명에 의한 농업은 산업화와 같은 발전경로를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원산지 표기가 되어 여러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과일이나 채소처럼 제2차 녹색혁명에 의해 채소나 과일 같은 먹을거리 시장은 사계절 상관없이 운송 기술의 발전에 따른 ‘냉장 사슬’ 에 의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었다. 신 국제 농업 체제에서 초국적 기업은 하청 등을 이용해 소농과 계약을 맺어 소비시장에 농산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기업이 농장을 소유하지 않고도 생산과정을 통제하는 ‘계약 생산 방식’을 시행하기도 했고(윤병선,2004), 최근 뉴질랜드의 유통업체인 제스프리(Zespri)사는 서귀포시의 농가와 계약해 골드키위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저임금을 활용한 생산방식 중 하나였다. 이렇게 전 지구적인 산업이 된 농업에서는 제1차 녹색혁명과 달리 식량 가격 등에 의한 식량안보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한편,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에서는 ‘신흥 농업국’이 탄생했는데 신흥 농업국은 제조업에서의 신흥 공업국과 마찬가지로 전 지구적 조달의 기반이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농업에서 슈퍼마켓은 농산물의 생산을 조정했고 생겨나는 경쟁 기준에 따라 농업 노동력의 여성화가 이루어졌다.
4. 금융의 지구화, 그리고 ‘개발 프로젝트’의 해체기
개발 프로젝트 시기의 제3세게 국가들은 원조 등을 통해 미국 달러와 같은 외환에 의존해 개발 정책을 추구했고 이는 브레턴우즈 체제라는 금융 체제 안에서 이루어졌다. 제3세계 국가들은 외국의 투자로 경제성장을 이루었는데 이 과정에서 역외금융이 이루어지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후 역외 금융 시장에 초국적 기업이 수익금을 예치하고 금 교환이 대두 되었어도 미국 달러는 여전히 준비 통화의 지위를 유지했고 미국은 저축금리의 자율적인 조정 등을 통해 자금의 조달과 운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 ‘금융 자유화’를 선언했다. 이러한 금융 시스템의 탈규제는 신자유주의 동맹을 포함한 보수 세력과 다국적 기업의 선호를 받았으며 탈규제로 인해 투기로 인한 금융 안정권 붕괴와 정부의 자국 통화 통제권 상실로 인해 각 나라의 정책에서 금융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3년에 잘 알려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의한 ‘석유 파동’이 일어난다. 이러한 유가 폭등은 역외 자본 시장을 급증시켰는데 선진국들은 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성장을 겪기도 했다. 당시 한국과 같은 해외 경제적 의존구도를 가졌던 국가는 당연히도 이러한 영향에서 물가 상승 등을 겪어야 했다. 이때 초국적 기업들은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전 세계 은행들은 제3세계 국가에게 대규모 외화 차용을 부추겼다. 그리고 제3세계 국가들은 융자를 통해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벌이거나 군대를 강화 시키고 후견 네트워크를 조성하려 했다. 이후 공공 국외 채무와 은행 대출로 인한 민간 자본 유출이 늘어나면서 제3세계 같은 경우 국외 부채가 통제가 되지 않아 외채 위기가 야기 되었고 이 때문에 국외 원조에 의존했던 제3세계 발전국가는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렇듯 금융의 탈규제로 국가 주권이 위협받고 규제되지 않는 민간 은행 대출은 개발 프로젝트가 해체되는 1970년대에 일어났다. 이후 각 국가들은1980년대가 되면서 ‘세계 시장 참여’가 개발의 핵심 내용으로 부상하고 외채 위기에 의해 지구화 프로젝트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한편, 이러한 과정을 보면 제3세계의 외채 위기가 국제원조의 과정에서 이루어졌음을 의심해볼 수 있다. 토마스 포기(Thomas pogge)의 관점을 빌리면 국제원조는 세계은행 등에 의한 다자 간 원조인데 포기는 국제적 원조를 ‘소극적 의무’로 규정했다. 즉, 서구의 책임에 의한 제1세계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불리한 국가들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 국제원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1세계와 세계은행, 그리고 IMF의 원조는 제3세계 국가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유경제시스템과 같은 제1세계에 유리한 차관 조건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구의 국가들은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조건적 차관제공을 통해 소말리아나 방글라데시 같은 국가들에 대해 경제적인 개입을 했다(정보배·김희강,2012). 더불어 냉전 시기의 미국의 봉쇄계획으로써의 원조를 생각해 보면 국제원조는 보상의 성격보다는 제3세계 국가들이 원조에 의존하게 만든 원이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1970년대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외채의 위기는 국제원조로 이어진 제1세계와 제3세계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영어어휘정리
1.One Belt and One Road:일대일로. 중국의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동 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중국과 60여개 국가를 인프라로 연결하려는 중국의 정책이다.
2.The work shop of the world:세계의 공장. 초국적기업에 의해 전 세계의 지역에 생산 시 설 등이 갖춰지는 현상을 말한다.
3.Information age:정보화시대. 컴퓨터 등 정보기술의 등장으로 시작되었으며 전 세계의 생 산시설을 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4.Transnational corporations(TNCs):초국적 기업. ‘세계의 공장’ 등 전 세계적인 생산을 통 해 개발을 주도하였다.
5.EPZ:수출 가공 공단. 수출용 제품을 만드는 고립된 지역을 말한다. 적은 관세나 저임금 노동력 등 기업들이 원하는 것들이 제공되는 대신 공단을 유치하는 국가에게는 외화 를 벌어들이는 통로이다. 방글라데시는 8개의 공단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수출 가공 공단이 개발도상국의 성장전력임을 보여준다. 주로 공단에서는 여성 노동력이 사용된 다.
6.International subcontracting system:전 세계 외주 시스템. 외주를 위한 성과 위주의 노동 이 이루어지며 장기간 노동 등 노동 조건의 열악함을 야기했다.
7.1st green revolution:정부에서 자국 식량생산 등을 위해 실시한 프로젝트이다.
8.2nd green revolution:주로 민간자본이 수출을 위한 농업 생산을 주도한 것을 말한다. 즉, 농업을 기업활동 처럼 변모 시키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9.World market participation:세계시장참여. 개발 프로젝트가 해체되면서 새롭게 떠오른 개 발 담론이다.
참고자료
필립 맥마이클. 2013. <거대한 역설>. 조효제 옮김. 교양인.
장영진,<계약생산과 초국적 농식품 체계: 제주도 제스프리 골드키위 농업을 사례로>,《한국경제지리학회지 16(4):585-596,2013
정보배·김희강,<국제원조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토마스 포기(Thomas Pogge)의 논의를 중심으로>,《OUGHTOPIA》27(1):67-99,2012
한국외국어대학교 EU연구소,<유럽자동차 산업의 생산기지 이전- 르노 자동차 사례를 중심으로>,《EU연구》50:219-248,2018
매일경제,2017,“다시 공장이 선진국으로 돌아온다”,https://www.mk.co.kr/news/it/view/2017/02/71634/, 2017년 2월 1일
연합뉴스,2019,“재편되는 글로벌 가치사슬…韓 국제분업 의존도 높아 변화취약”,https://www.yna.co.kr/view/AKR20190818048000003, 2019년 8월 19일
중앙일보,2008,“농작물 유전자 바꿔 제2 녹색혁명 이룬다”,https://news.joins.com/article/3182567,2008년 6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