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6호선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사진과 같은 홍보물을 발견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코로나 시국에 한창 학기를 보내고 있을 때 나는 한 전공 과목을 수강하고 있었는데, 당시 과제가 꽤 어려웠었다. 고작 학부생에게 복지정책을 제안하고 프로포절까지 하라고 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우선 자료조사 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과제는 도통 아이디어를 선정하는 것 부터 어려웠었다. 다른 팀들은 뭔가 잘 해나가는 것 같은데, 역시 내가 조장역할을 하니 과제가 잘 진행 되지 않았고 결국 진행하고 있는 것들을 전부 포기한 채 기본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회복지학에 있어서 기본은 대상자와 대상자가 처한 환경을 분석하는 것이니 조원끼리 각자의 아이디어를 조사해서 모아보기로 했었다.
어느 날 모여서 각자 조사한 것을 공유했는데, 한 조원 분이 1인 가구 정책으로 '돌보미 어플'을 제안했었다. 1인 가구 청년층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니 이때 어플로 신청을 하면 '돌보미'라는 사람들이 파견을 와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 내가 보기에는 정부에서 파견을 한다는 방식이 참신하지만, 그만큼 어떻게 무슨 돈으로 시행 할 것인지를 고려했을 때 딱히 현실성이 없어보였다. 솔직히 말이 정책제안이지 당시에는 보고서도 쓰고 발표도 해야 했었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를 어떤 논리로 무장시켜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었다. 물론 중간발표 때는 꽤 다른 학생들의 선호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이 아이디어가 최종 보고서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몇년 뒤 저 사진 속의 홍보물을 보게 되었다. 딱히 현실성이 없다고 느낀 그 아이디어와 유사한 정책이 무려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또, 올해 정부가 외국인 가사서비스 근로자 도입안을 확정해 시범사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그때의 내가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고작 학부생일지라도 정책적인 디자인 능력을 제외한다면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데, 예전의 나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저 홍보물을 본 이후로 가끔씩 예전에 조원 분이 제안했던 '돌보미 어플' 정책을 생각하고는 한다. 내가 조금만 더 개방적이었다면 그 참신한 아이디어를 좀 더 조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았었을까.
사회복지학에서 재능을 논한다면 확실히 '개방적인 사고'를 빼 놓을 수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이 학문 자체가 실천학문이고 이 학문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실현할지 보다 우선은 무엇을 해볼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이 학문은 현장경험을 통해 영감을 얻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 어쨌든 나는 이쪽이 아니었는지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제안하는 과제가 있으면 항상 과제 막바지 까지 아이디어를 정하지 못해 애를 먹고는 했다. 물론 예전에 경직된 사고를 가진 나의 모습을 되새길 때 마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고학번이 되고 나니 애초에 내가 이 분야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럭저럭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혹시라도 사회복지학을 취미 혹은 직업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나의 경험을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