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마음’이라는 노래는 아이유가 아끼는 노래 중 하나이다. 아이유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이 노래가 본인이 죽어서도 기억되길 바란다고 한다. 오죽하면 아이유의 콘서트 영상을 볼 때 항상 이 노래가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후렴구는 물론 팬들의 몫. 그만큼 아이유가 오랫동안 팬들과 소통할 때 내세우는 이 노래는 아이유라는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깨끗하고 티클 하나 없는 순수한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 노래의 작사, 작곡, 편곡 모두 아이유 본인이 직접 참여했다. 사실 아이유라는 사람이 직접 전면에 나서서 작곡과 편곡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유의 노래를 듣다가 인디감성이 느껴지면 주목해 봐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 노래에서 통기타나 어쿠스틱 기타의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면, 높은 확률로 아이유가 직접 작곡과 편곡에 깊게 관여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직접 나서서 ‘마음’이라는 노래를 만든 23살 아이유의 생각은 어땠을까? 이 노랫말은 아이유 본인의 이상향일까 혹은 아이유 본인의 정체성일까.
IU의 음악적 가치와 '이지은'의 정체성
대중문화에 있어서 아이유는 어느 한 표현으로 수식할 수 없을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 명의 아이돌 가수로서 알려진 아이유의 커리어에 있어서 『modern times(2013)』는 주목할만 하다. 이때 당시 아이유의 편곡스타일과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들을 참고했을 때 90년대에 유행했을 복고 등의 음악스타일을 트렌드하게 재해석하면서 음악의 영역에 있어서 아이유는 우리 음악계의 오작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아이유는 이후 『꽃갈피』등에서 김완선, 김창완(산울림), 조덕배 등 옛가수들의 퍼포먼스와 음악성을 본인의 스타일로 재현해냈고, 이후 서태지의 9집 앨범『Quiet Night(2014)』에서 서태지의 러브콜을 받아 ‘소격동’을 콜라보하기도 했다.따라서 아이유는 단순한 아이돌 싱어송라이터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음악인이다. 어쩌면 아이유의 미국진출이 딱히 수면에 올라오지 않는 이유도 최근 유행하는 힙합과 전자음악으로 이루어진 미디음악을 넘어선 "한국적으로 세련된" 아이유만의 음악적 감성을 모두가 인정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아이유를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서만 바라봤을 때의 이야기이다. 상업적인 평가는 차치하고 과연 사람으로서의 아이유는 어떤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이 곧 ‘마음’이라는 노래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아이유의 커리어에서 '이지은'이라는 정체성을 사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아이유가 본명 ‘이지은’으로서 가수 외적인 활동도 겸하면서 아이유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더욱 풍부해졌다.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아이유 본인도 이러한 점을 의식했던 것 같다.『Palette (2017)』이전의 아이유는 ‘스물셋’, ‘분홍신’ 등의 노래에서 알 수 있듯이 본인의 정체성을 섣불리 정하지 못하고 어떻게 보여야 할지 고민하는 20대 초중반의 모습을 보였다.
이후 노래 ‘palette'에서 25살의 아이유는 이전처럼 다양한 선택지에서 고민하는 모습보다 본인의 확고한 취향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며, ’이지금‘이라는 본인의 또 다른 정체성을 소개한다. 그리고 2019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페르소나』에서는 아이유 본인을 ’팔레트‘로 삼아 모아 온 색깔들로 ’이지은‘이라는 사람의 다양한 정체성을 배우의 모습으로 충실히 그려냈다.
이처럼 아이유라는 팔레트에 색을 모아 이지은이라는 붓으로 본인의 자화상을 그려내기까지의 여정은 아이유의 창작활동에 있어서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점에서 아이유는 창조적이면서 무엇보다 수용적인 사람이다. “때로는 져요.”라는 아이유 특유의 마인드셋은 본인이 겪는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고, 이는 곧 아이유가 외유내강 하다는 점을 나타내 준다. 이와 더불어 아이유는 본인에 대한 평가나 본인에 대한 고민을 피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 아이돌 배우라는 편견, 본인이 겪었던 불면증, 희로애락의 감정을 대하는 거칠면서도 여린 태도 등이 아이유의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실제로 아이유의 노래에 담겨진 메시지가 팬들과의 대화나 인터뷰에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_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