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시작하며
한국은 민주화 이후 여러 복지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GDP 대비 복지지출의 증대 등을 경험하고 있으나 한국의 복지국가 수준은 여전히 경제발전 수준보다 작은 편이다. 외형상으로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복지팽창도 이루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작은 복지국가이다. 이 글은 한국 복지국가의 저발전을 설명하고자 한다. 다양한 행위자들의 이해관계 및 권력자원을 토대로 이루어진 행위자들 간 상호작용에 주목하여 왜 한국은 ‘이상한 성공’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Ⅱ. ‘복지국가’ 한국에 대한 평가: ‘이상한 성공’에 갇힌 한국
1) 복지국가의 정의
‘복지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일반적으로 복지란 'Needs' 즉, 개인의 욕구나 안녕 등이 삶 속에서 영위되고 이를 위한 조건이 충족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정의에 있어 질병과 불안, 빈곤, 그리고 불행은 흔히 ‘비복지’를 뜻하며, 이에 따라 복지국가란 국가가 사회보장제도 등을 통해 국민들의 비복지를 해소하고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국가로 정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김태성·성경률,2014:46). 이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아래의 표를 참고해보면, 비록 대한민국이 늦게나마 역사적으로 미국의 모델을 중심으로 사회보장체계를 채택해 노동시장에 대한 보장 등이 미비한 것은 분명하나 다른 복지 선진국들에 비해 돌봄 사회서비스 분야에 있어서는 장점을 보이는 등 복지에 있어 유의미한 ‘추격’을 보이는 듯하다.
비교국가 | 비교국가의 사회보장내용 | 한국과의 비교 |
미국 | -복지 후진국으로 분류. (대상 및 급여수준) -보편적인 아동수당, 교육서비스, 건강보험제도,장기요양보호제도,기초생활보장제도 부재 -노인 및 장애인, 저소득층 대상 잔여주의적 공적 건강제도 (근로능력 기준) |
-한국은 국민의 정부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도입 -이후 전 국민 건강보험 논의, 장기요양보험 등 보편적 복지 논의 촉발 |
영국 | -소득부조, 근로세액 공제, 아동급여, 주거급여 등 -전 국민을 포괄. 대신 급여는 ‘열등처우 원칙 적용’ -지역사회보호(커뮤니티케어) -저소득층 기준 =>요람부터 무덤까지 국민생활을 보장하는 체계 구축. |
-근로장려세제, 아동수당, 주거급여 등 한국 복지제도의 준거틀. -제한적인 수당과 의료보장의 적용범위는 미비 -하지만 영국과 달리 소득과 관련 없이 보편적으로 보육 및 요양 서비스 제공. =>보편적 사회서비스 |
유럽 | -독일,벨기에,프랑스,오스트리아 등 -소득비례 방식 사회보험 급여로 중산층 이상의 생활 보장. -OECD 국가 중 사회지출 비용 상위권. -단, 직역별 그리고 산업별로 사회보험제도가 달라 부문별로 격차가 크며, 현금급여 복지제도 발달로 인해 사회서비스(가족,노동 등)은 취약한 편. |
-한국 역시 이들 국가를 벤치마킹하여 사회보험제도를 운영하지만 소득비례 급여방식이 형식적. -이들 국가에 비해 보편주의적 방식으로 사회서비스 특화 경로로 발달. |
북유럽 | -스웨덴,덴마크 등 -소득비례 방식 사회보험 급여로 중산층 이상의 생활 보장 -그러면서도 교육,의료,노동시장정책,보육 및 요양서비스가 보편적주의적 방식으로 발달(이용자 부담 소득계층별 차등화) |
‘포용적 복지국가’의 이름으로 북유럽처럼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을 지향. |
(월드뷰,2021,“한국복지국가 어디쯤 와 있나.”,https://theworldview.co.kr/archives/17414.
김태성·성경륭,『복지국가론』,나남. )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게 한국은 ‘불행한 국가’,‘일하기 싫은 국가’, ‘자살공화국’으로 불리는 것도 현실이다. 그리고 ‘불행한 국가’를 둘러싼 ‘양극화-저출생-고령화’의 순환고리는 ‘한강의 기적’에 따라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와 가난한 국민을 만들어냈다. 이제 복지국가라는 기준에서 한국을 평가할 때는 국제적인 흐름에 맞춘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이 아닌,
‘산업화론’등의 이론에서 말하듯 복지국가의 발전이 소위 말하는 경제성장으로 인한 불평등과 혹은 노동계급과 같은 주체의 불만을 수용하기 위해 ‘시장의 힘’을 수정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국가가 동원된 것이라면(여유진,2019:6), 혹은 복지국가란 곧 선진유럽국가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닌 자유권,정치권,사회권 등 사회적 시민권을 보장해 주는 ‘특정한’ 국가를 말하는 것이라면(김원섭,2007:145), 복지국가에 대한 평가는 ‘복지’제도의 도입과 형태를 넘어서서 제도나 국가의 운영방식에 있어 상생과 연대 등 가치수반의 변화가 전제되었는지 역시 평가해 보아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 글은 우선 다음처럼 다양한 복지국가의 정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뒤르켐 | 다양한 결사체의 참여를 통한 경제적,사회적 평등 및 민주주의 실현(조용훈,2014). |
티트머스 | 자유,평등,통합의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의 지향과 주변부 사회구성원 통합 |
오펜 | 재생산 문제와 경제적 갈등을 완화하고 빈곤 등에서 개인을 보호하고 정당정치 등 계급 간 권력재분배 |
그 외. | -자선이 아닌 정치적 권리에 대응하여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수입,영양,건강,주택, 교육 등을 보장. 평등은 목적에서 관계없음.(윌렌스키) -국민의 삶과 관련된 최소한의 전국적 기준 유지를 위해 국가의 책임을 제도화, 완전고용,보편적 서비스 등 (미쉬라) -정치적 민주주의와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전제조건으로 상대적 빈곤 감소와 결과의 평등 실현에 따라 복지국가 발전 정도 결정(코르피) -다양한 복지체제가 존재하며, 복지국가의 발전 정도는 사회권에 의한 국민의 탈상품화 정도에 달려 있다. (에스핑-안데르센) |
<최혜지,2017,“복지국가 꿈의 상실과 발전적 구상”, 한국사회학회 연구 “꿈과 희망의 사회학”최종 심포지엄; 김태성·성경륭,2014,『복지국가론』,나남>
이상의 정의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위의 뒤르켐,오펜,티트머스는 이상적인 국가관을 정의하였는데, 이러한 정의가 위의 표 ‘그 외’에 정리 된 복지국가론자들의 복지국가 정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국가를 일종의 사회투자국가로 생각했을 때, 평등(결과/기회)과 같은 가치에 대한 이데올로기나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이상적인 국가’, 그리고 ‘복지국가’가 정의가 되고는 하나, 이러한 정의들에서 나름대로의 한국 복지국가 수준의 평가 기준에 해당하는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겠다. 첫째로, 이러한 정의들은 복지국가를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정의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체제에서 오는 빈곤과 산업재해, 불평등, 실업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둘째로, 이러한 정의들은 위와 같은 복지국가의 선제적 조건으로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듯 보인다.
즉, 복지국가에 대한 정의를 한 국가에 적용하여 살펴볼 때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본 글에서는 강조하고자 한다. 일례로, 한국 같은 경우 60년대 억압과 권위에 의한 국가운영으로 경제발전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의료보험과 같은 사회보험도 확대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거주와 사상표현, 결사 등의 박탈과 함께 ‘시혜적인 조건’에서 임금근로를 중심으로 복지가 이루어졌으며,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무원 등 특수직위를 가진 사람들 위주로 복지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에 노동계급과 같은 정치세력의 형성과 사회계급 간 갈등과 타협을 통한 다양한 사회적 이익을 고려한 복지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를 우리는 복지국가 시기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 ‘포용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소득 불평등 완화’, ‘공정한 분배 및 공평한 사회구축’,‘사회서비스 개선 및 창의성 바탕의 인적능력 강화’,‘사회적 약자 사회 안전망 건설’ 등이 거론되며 치매국가책임제, 장애등급제폐지, 전국민고용보험 등 탈상품화와 탈가족화를 통한 새로운 복지국면의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는데(엄규숙·황석만,2020:78),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케어’와 같은 선진적이었던 복지개혁은 현재로써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민주화 이전과 이후 어느 정부나 ‘생산’,‘능동’,‘참여’,‘포용’,‘복지사회’라는 담론으로 복지를 강화해 지니계수상의 소득불평등이 완화되었음에도 여전히 한국사회는 불행하며 한 작은 복지국가로 평가 받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복지국가라고 부를 수 없는 ‘그 시기의 유산’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러한 구조적 원인이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에 있어 끼치는 영향이다.
Ⅱ. “복지국가 한국”에 대한 평가: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
1) 발전복지국가의 상흔: 일어난 일
반복지란 복지에 대한 효과 등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복지 시도가 이루어졌음에도 복지가 ‘체험’으로 다가오지 않은 원인에 대해 역사적으로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글은 ‘후기 민주주의(권진욱,2015)’를 위한 탐구, ‘성찰적 복지국가’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한다.
한국사회의 복지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역진적 선별주의 복지체제’이다. ‘인천 세 모녀 사건’처럼 근로능력 등을 증명하지 못하고 복잡한 서류절차로 인해 최저생계비를 수급받아야 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아닌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된 중산층 이상에 복지가 집중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국은 프레카리아트나 청년 NEET 등 종사상 지위에서 열악하거나 벗어나 있는 이들을 포괄하는 데 있어 고용보험제도와 같은 사회보장의 한계를 겪기도 하였으며, 이 점에서 ‘포용’이라는 담론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제안되기도 하였다. 또한 청년들의 경우 ‘질 좋은 일자리’를 말하며 ‘대감님 집 노비가 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대기업을 선호하는데, 이는 기업복지와 같은 사적인 복지가 공적인 복지보다 강하고, 한국사회에서 주로 거론되는 능력주의와 경쟁사회가 공적복지의 부재와 일정 부분 연관이 있음을 말해주는 현상이다. 즉, 공적 복지의 부재는 곧 한국사회에 있어 다차원적인 빈곤을 낳았으며, 이러한 점에서 ‘한국이 복지국가인가?’라는 물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상한 복지국가’는 어디서부터 기원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한국의 사적복지 발달과 사적축적(사적투기)가 가능했던 요소를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찾고자 한다. 왜냐하면 1970년대부터 1980년대 까지의 개발국가시대 당시의 산업화의 과정에서 선별적으로 노동력을 상품화하고 노동체제의 이중구조를 만들었으며, 개발국가의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남성 임금노동자 중심의 복지체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윤홍식,2021). 한국은 1960년대 이후부터 ‘능동’,‘생산’.‘포용’ 등 다양한 담론으로 복지체제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개발국가의 복지는 곧 ‘발전복지국가’의 복지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즉, 발전복지국가는 산업화라는 과제 속에서 재벌 등을 육성하며 수출 위주의 고도성장 방식을 꾀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과 산업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복지체제를 설계했으며 이 결과로 이 당시의 복지는 시민사회와 노동계급의 힘이 억압된 채 곧 기업과 가족의 영역에서 책임지게 되었다(엄규숙·황석만). 또한 이 과정에서 발전국가의 정당성을 보장받기 위해 ‘저세금’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이러한 저세금 정책 및 사적보험과 기업복지와 같은 사적 복지의 확정으로 인해 사회복지비용은 줄어들고, 대신 사적투기가 유행하면서 이러한 복지체제에 정합적인 화이트칼라 노동자 즉, 중산층이 성장하는 반면, 블루칼라 등의 노동자와 여성노동자는 이중적인 노동체제 속에서 ‘소외’를 겪게 되었다.
2) 발전복지국가를 극복하기 위한 ‘계급연맹’의 좌절: 일어나지 않은 일
(1) 문제인식: 왜 발전복지국가에서 한국은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러한 복지체제에서 복지정책은 민주화 이후 복지가 늘어났음에도, 그리고 노동자 대투쟁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노동계급을 진정시키는 ‘회유책’으로 기능했는데(성경륭·김태성,2014). 발전복지국가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적 상황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한국의 민주화는 ‘보수 및 독재세력’과의 거래로 이행되어 결과적으로 저세금정책은 지속되었고 이로 인해 안정지향적으로 사적투기를 선호하는 중간계급이 보수세력에 포섭되어 노동계급과 연합하지 않았고, 노동계급 역시 민중권력이 배제된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 둘째, 신자유주의 등으로 인한 수출주도형 축적체제는 여전히 노동자 계급을 배척하는 명분이 되었고 논리적으로도 전체 시민을 포괄하는 복지체제와 정합하지 않았다(신진욱, 2019). 이를 좀 더 이론적으로 고찰하자면, 계급연합의 부재가 곧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을 멈춰세웠다는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계급의 역동성을 설명해주는 무어의 이론과 비슷한 권력자원론을 통해 진행해보고자 한다.
(2) 이론적 고찰과 변용: 권력자원론의 재해석을 통한 한국 복지국가 좌절요인 해명.
개발국가시기 (1961-1979) |
신자유주의 진행 (1980-1997) |
신자유주의 시기 (1997-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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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권위주의(파시즘) 체제 -국가의 높은 자율성 (국가가 자본과 노동 통제) |
-민주주의 이행(거래=보수대연합) -양당 구조(보수와 자유주의, 진보x) -국가 자율성의 약화와 자본권력 부상, 그리고 노동배제 심화(전투적 노조) -시민운동 형성 |
-거대 양당체제 민주주의 확립 -자본 권련의 확대 -노동운동의 고립 및 시민운동 약진 -한반도 분단질서의 균열, 경쟁적 코포라티즘 시도 =>‘국민의 정부’ |
경제 | -개발 및 발전을 통한 성장체제 -대기업 중심 수출 주도 성장 체제 |
-개발 국가 황금기 및 위기 -수출주도성장 체제 강화(고도성장) |
-재벌 대기업 중심 수출 주도 성장 체제 강화 -내수위주 경제축적체제 실패=>성장률 저하. |
복지 | -개발 국가에 맞춰진 복지 -특수계급 이익 반영 -빈곤 및 불평등 완화, 저세금 및 사적 자산 축적(중산층) |
-개발 국가 복지체제의 황금기와 위기 -빈곤과 불평등 확대 -저부담(낮은 세금) 및 사적 자산 축적 확대 -생산과 소비 선순환 |
-사회보험 중심 공적 복지(중산층에 유리)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확대 -사적 자산 축적 심화 -낮은 세금과 공적 및 사적 영역에서 역진적 선별성 고착화 => 취약계층이 아닌 안정된 사람들에게 복지혜택 집중 |
<윤홍식,2014, '성공의 덫에 빠진 대한민국'>
왜 복지가 국가의 임무가 되었는지는 여러 방면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산업화 시기 분업에 따라 가족과 공동체, 종교 등이 영향력을 잃고, 산업화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위험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국가가 공공의 영역을 담당할 수 밖에 없었음을 말하는 ‘산업화 이론’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복지발전을 설명하기에 꽤 설득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화와 경제적 번영의 변수만이 복지제도의 확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집단, 계급의 힘, 계급 연합 등 복지에 있어 이해당사자 간의 권력의 크기가 복지제도의 도입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권력자원론’의 입장에서 보면, 스웨덴 등의 국가의 경우는 복지국가 형성과 발전에 있어 노동조합과 노동자 정당 등 복지주체세력의 영향력이 중요하였다고 볼 수 있다(오건호 외,2018:184). 즉, 권력자원이론에 따르면 보통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부르는 스웨덴과 같은 국가들은 사민주의 정당의 “우리에게 표를 주면 계급과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는 사회경제 체제를 만들겠다.”는 표어아래 보편적 복지 외에 사회 구성원이 공동체에서 공존하고 협력하고 연대하는 사회 연대라는 가치를 담은 복지국가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한겨레,2019). 즉, 이러한 국가의 경우 강한 노동운동과 이와 연계된 노동계급의 집권이 경제 효율성과 사회 평등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국가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수정주의’에 기반해 계급투쟁론을 반대하고 국유화의 논리로써 사적소유의 철폐가 아닌 ‘독점의 철폐’,‘고용보호’을 주장하는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에 의한 평화롭고 점진적인 변화였는데(권순미,2019:62), 결국 사민주의는 ‘혁명’을 포기한 노선으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독일과 같이 노동자 계급이 사회주의에 물들지 않게끔 산업 발전을 위한 일종의 ‘회유책’으로 사회복지정책이 설계되는 분위기에서 서구의 복지국가라 불리는 국가들은 일찍이 ‘좌파세력’의 주도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때 이러한 논의는 낮은 노동조직률과 힘 없는 좌파정당 등 한국 복지국가의 낙후 요인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한국이 왜 발전복지국가에서 못 벗어나는지, 복지국가 발전의 측면을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이 글은 권력자원이론을 노동자와 좌파 정당 등 행위자 중심이 아닌 이들이 어떤 세력과 결탁하고 연합하는지 ‘행위중심이론’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한국 복지국가 발전을 설명할 때는 “노조의 조직률 및 좌파 정당의 의석수에 따라 복지 발전이 비례한다.”는 가설이 아닌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약자의 권력이 커질 때 복지국가 발전이 가능하며, 이러한 권력은 그들의 권력자원과 함께 다른 계급 간의 제휴와 동맹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라는 가설(김영순,2022)을 통해 한국 복지국가 발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Ⅲ. 결론을 대신하여
이로써 이론적 변용을 통해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을 설명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틀‘의 의의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 첫째로, 한국이 겪은 냉전과 분단이 복지체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해 볼 수 있다. 미군정기를 넘어서 1960년대의 근대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속 군부정권의 성격은 공안,행정,분배를 모두 국가라는 강력한 자율성을 지닌 주체가 수행한 것인데, 이러한 배경에는 국가는 내부로부터의 저항과 외부로부터의 침략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내부의 지배연합 세력 보호와 내부의 적을 무력화, 외부로부터의 침략에 대응하여 ‘전쟁을 준비한다.’는 틸리의 ‘전쟁이 국가를 만든다.’는 태제가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설명단위이다. 이에 따라 북미관계, 남북관계, 그리고 강압과 국가의 권력은 곧 복지체제의 향방을 규정하는 ‘힘’으로써 이해할 수 있겠다. 둘째로,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의 특수성으로써 한국의 복지발전은 정당과 노조 등의 ‘경성자원’에 의해 좌우된 것이 아닌 민주화와 시민운동 등의 ‘연성자원’에 의해 추동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서 복지제도의 도입과 확대는 곧 서구처럼 주요계급들 간의 투쟁과 타협 등의 ‘행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와 같은 국면에 의존해 확장되고 축소되었으며, 소위 말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간’ 10년 동안 공적복지의 확대를 설명할 수 있는 요소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 노동계급과 시민사회로 대표되는 권력자원의 성장과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민주주의의 공고화”와 관련이 있겠다(신진욱,2019). 이러한 국제정치, 군사적 긴장, 선거경쟁과 시민정치 등은 다른 서구 복지국가 발전을 설명하는 주요변수는 아니겠으나,이는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을 설명할 수 있는 독특한 변수들임에는 확실하다. 이러한 요소들에 주목해야 ‘60년대 근대화의 주술’에서 벗어나 ‘성공의 덫’에 갇힌 한국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단행본
김태성·성경륭,2014,『복지국가론』,나남
윤홍식,2021,『이상한 성공-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한겨레출판
김영순,2022,『한국 복지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학고재
학술자료
최혜지,2017,“복지국가 꿈의 상실과 발전적 구상”, 한국사회학회 연구 “꿈과 희망의 사회학”최종 심포지엄
신진욱,2019,“한국 복지국가. 박정희의 주술 풀기”,『황해문화』 (105):432-443.
엄규숙·황석만,2020,“발전국가에서 포용국가로—복지국가 발전과 민주화운동의 상관관계에 대한 시론”, 『현상과 인식』 44(3): 57-86.
신문기사
한겨레,2019,“‘반복지 의식·제도’ 해소가 복지국가 첫걸음”,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217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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