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방법서설을 읽고 누군가와 대화했던 부분을 정리한 것임을 밝힘.
1. 데카르트의 방법론
1)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잘 알고 있는 말입니다. ‘방법서설’은 이 말이 곧 데카르트라는 지식인의 사고방식의 산물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이 데카르트를 대표하는 이유는 데카르트라는 지식인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점은 데카르트가 ‘제일원리’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는데, 이는 곧 데카르트의 지적탐구의 과정이며, 이때 데카르트가 사용했던 방식은 곧 ‘의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데카르트는 모든 것의 거짓임을 생각했을 때 거짓을 생각하는 본인의 존재이유를 찾았는데. 이러한 요약적인 내용만을 보았을 때 데카르트의 말은 곧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2) 데카르트의 논증방식
앞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이 곧 데카르트의 사고방식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데카르트의 논증에서 더 자세히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재를 참고했을 때 데카르트는 여러 현상, 혹은 진리라고 받아들여져 온 사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의 존재, 기하학적 증명, 별과 우주, 심장과 혈액의 움직임,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차이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데카르트의 설명에서 “충분히”, “왜냐하면”, “~때문에”라는 표현들이 자주 나오는데 이러한 데카르트의 논증 혹은 설명을 보면서 데카르트는 기본적으로 ‘가정’을 통한 설명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러한 설명에는 앞서 언급한 거짓을 가정하는 것, 즉, ‘의심’이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가정’을 보여주고, 가정을 검토한 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이전의 논리학과 다른 방식으로 증명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도출해내는 것이 곧 데카르트의 지적탐구의 방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3) 데카르트와 베이컨
이러한 데카르트의 방법론은 베이컨의 방법론과 비교해 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방법서설’을 읽으면서 베이컨의 ‘신기관’이 겹쳐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인식론적 설명’ ‘경험론적 설명’ 등 철학적인 공통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명석판단에 근거한 요소들을 연쇄적으로 ‘충분히’ 설명하는 연역적법 방식의 데카르트의 방법론과, 그리고 ‘충분’한 실험 혹은 과학적 데이터를 통한 귀납적법 방식의 베이컨의 방법론의 설명은 곧 ‘올바른 지적탐구를 위한 지침서’로서 공통점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학적 방법론의 측면에서 두 지식인은 색안경을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방법서설’의 의미: 의심을 하는 이유
1) 나를 속이는 것들을 피하기 위한 의심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생긴 일종의 ‘직업병’은 항상 나 자신을 사회라는 미지의 존재와 연관 시키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에 ‘방법서설’의 일부를 읽고 나서 들었던 물음 중 하나는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현재 저의 생각이 사회가 짜놓은 하나의 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짜뉴스와 여러 우상들로 가득한 사회의 틀에 맞춰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과연 ‘나’ 다운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즉, 데카르트가 끊임없이 의심하는 모습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은 곧 나 자신을 속이는 여러 요소들을 의심하고, 어떠한 틀 내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벗어나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시도를 하라는 하나의 조언으로 다가왔습니다.
2) 나를 성찰하기 위한 의심
사실 ‘방법서설’을 처음 읽었을 때, 데카르트라는 사람이 이렇게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의심하고, 증명하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한 수업 때 다양한 학생들의 쪽글을 접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의심을 하는 이유’에 관련한 쪽글이었습니다.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의심이 믿음을 위한 길임을 말하는 쪽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성찰이라는 하나의 태도를 생각했을 때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단순히 ‘연역적 설명’, ‘데카르트의 방법론’만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즉, 데카르트가 본인도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발견에 대해서 끊임없이 증명하려고 했던 모습은 곧 자신이 자신을 비판하는 성찰적 자세를 말해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