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현대인들은 웰빙(Well-being)한가?
우리 헌법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있는 만큼 현대인들은 삶의 질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과연 현대인들은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3분의 1이 스트레스나 우울로 고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고도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한 우리사회에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사회의 긍정적인 이면 외에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이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조병희 외(2018:19)에 따르면 현재 한국사회는 자살률 등 부정적인 지표에서 앞서고 있으며 임금 격차, 노동시간, 실업률, 가계 부채 등의 사회 해체 증상이 심각하다. 이 점에서 현대인들이 행복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는 이유를 현재의 사회에서 찾아 볼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번아웃 증상’ 그리고 ‘사회불안’이라는 두 현상을 통해서 정신건강과 사회구조 간의 관계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최근 현대인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소진 증후군’이 유행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세계보건기구인 WTO는 소진 증후군을 뜻하는 번아웃 증상을 직업 관련 증상으로 분류했는데 WTO는 번아웃 증상은 특정한 직업과 관련해 발생하는 현상이며 업무능률 저하, 일에 대한 부정적 감정의 증가와 같은 특징을 보인다고 규정했다(한겨레,2019).
시민건강연구소(2018:19-22)에 따르면 일자리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노동자, 즉,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일수록 높은 수준의 소진 상태를 호소하고 이때 특히 고용 불안은 잠재적 실업의 위협을 야기해 소진 상태를 촉진시킨다. 또한 소득불평등이 높은 국가일수록 소진 상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윤태(2017:129-130)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경우 소득불평등의 정도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으며,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비율이 상승했는데 이러한 점을 보면 요즘 유행하는 번아웃 증상은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한 하나의 현상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번아웃 증상은 앞서 언급했듯이 일로 인한 신체적·정서적인 피로가 누적되었을 때 나타난다. 이러한 점은 20대 직장인사이에서 발견 할 수 있다. 경향신문(2018)에 따르면 20대 직장인들은 과도한 노동 등의 업무 스트레스에서 번아웃 증상을 느끼고 있다. 이 점에서 번아웃 증상이 한국사회의 노동구조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2. ‘사회불안’과 현대인의 정신건강
정신건강에서는 자신을 총체적으로 정의하는 자기개념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이때 김교헌 외(2010:71-72)에 따르면 자기개념의 평가적 차원인 자존감이 높다면 삶의 만족이 높지만 자존감이 낮다면 불안, 우울, 수줍음 등의 정서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자존감은 타인의 평가적 피드백과 성공에 대한 경험으로 생겨난다. 이때 조선일보(2017)에 따르면 현대 사회의 구성원 중 청소년들의 가장 주된 자살원인은 다름 아닌 성적문제이며 한국사회보건연구소와 OECD의 통계를 종합했을 때 학생들의 주된 스트레스 원인 역시 학업문제이다. 또, 경향신문(2018)에 따르면 20대의 자존감 지수와 안녕지수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 점에서 현재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의 자존감은 대체적으로 낮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특히 청소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소년들은 현대인으로서 충분한 자존감을 갖추지 못하고 우울, 불안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이 정신질환의 위험 속에서 학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단순하게는 입시경쟁이 곧 사회진출로 이어진다는 사회의 구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조귀동(2020:108)에 따르면 고졸 취업자에게는 ‘직업 사다리’가 크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2006년 방하남 전 노동연구원장의 논문에 따르면 소위 말하는 ‘좋은 일자리’를 갖는 데에 학력이 유의미하게 작용했다(조귀동,2020:211).
즉, 이는 곧 학력이 사회적인 지위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학 입시와 교육열은 곧 청소년들의 사회적인 지위 획득과정과 연관된다. 김교헌 외(2010:83-84)는 다양한 자기개념을 가질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으며 서로 다른 자기개념들이 스트레스를 완충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청소년들은 학생으로서의 자기만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학업의 실패가 크게 심리적인 영향으로 다가온다.
리처드 윌킨슨(2019:32-33)은 특히 ‘수줍음’에 주목하며 수줍음은 자신감의 부족을 느끼게 해 사고와 사회생활을 손상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견해는 현재 자존감이 낮은 청소년들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사회불안과 같은 현상이 입시경쟁을 유도하는 사회적 구조와 연관이 없을지 고민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끝맺으며: 사회학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정신건강
앞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현대사회의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구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이라는 분야와 사회학이라는 분야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그러한 편견을 배제하고 정신건강 문제가 곧 사회문제 혹은 사회구조와 관련 있음을 말하고자 노력했다.
글의 내용을 다시 간략히 검토해보면 글은 우선 우리사회는 소득 불평등과 고용불안, 그리고 임금 격차 등에 따른 박탈감이 존재하고, 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존재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번아웃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또, 우리사회는 학력으로 평가되는 능력주의적인 요소가 곧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과도한 입시경쟁에 속 청소년들은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되고 사회적 소통 등에 불편함을 겪는 ‘사회불안’과 같은 정신건강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글의 내용에 담긴 시각은 김교헌 외(2010:33)가 말하는 정신분석의 사회적 수준의 설명에 기초해 있다. 즉, 글에서 나온 두 정신건강적인 문제를 나타내는 현상들을 사회적인 측면에서 설명하고자 노력했고 이를 위해 ‘정신건강 이는 곧 사회학에서 말하는 ‘사회학적 상상력’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의 작성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구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는 단순하지만 사회학적 상상력을 담은 질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참고자료
김윤태,2017,『불평등이 문제다』, 휴머니스트
김교헌· 김경의·김금미·김세진·원두리, 2010,『정신건강 (젊은이를 위한』,학지사
시민건강연구소,2018,『몸은 사회를 기록한다』,낮은산
조병희·이재열·구혜란·유명순·박상희·양준용,2018,『아픈 사회를 넘어』, 21세기북스
조귀동,2020,『세습 중산층 사회: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생각의 힘
이은경 역,2019,『불평등 트라우마』, Richard wilkinson·Kate pickett,2018, The Inner Level, 생각이음
중앙일보,2019,“푹 쉬어도 피곤···WHO 인정한 '번아웃증후군' 증상 보니”,https://news.joins.com/article/23485942,2019년 6월 2일
한겨레,2019,“‘번아웃’도 질병에 포함될까?…WHO가 본 특징 세 가지”,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95834.html,2019년 5월 29일
경향신문,2019,“20대는 왜 '번아웃’에 빠질까”,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11301254001,2019년 11월 30일
조선일보,2017,“[숫자로 읽는 세상] 2017년 청소년을 말하다”,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2/2017091201751.html,2017년 9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