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 있어 정신장애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배제와 분리
제목: “세상살이”에 있어 정신장애인이 경험하는 사회적 배제와 분리
작성: 2024.10.10 (09:00)~2025.01.28 (07:00)
분량: 한글 기준 13p.
키워드: 정신장애, 사회적 배제, 복지권, 공동체, 환경
목차 |
시작하며: ‘정신장애’를 사회적 구성물로 바라보기 Ⅰ. 사회권 보장 접근으로써 정신장애인 노동권 보장 (1) 문제의식: 고용배제에 따른 빈곤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간적 분리’ 간 연관관계 (2) 사회적 경제 영역을 활용한 정신장애인 재활 사례: 이탈리아 협동조합 사례 (3) 함의: 협동조합 모델을 활용한 동료지지체계 일자리 활성 방안 Ⅱ. 지역사회중심 회복 및 재활체계 구축 방안 (1) 문제의식: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역사회 정신건강체계에 미치는 영향. (2) 동료지지체계 등을 활용한 지역사회 위기 지원 및 재활 지원 활성화 방안 Ⅲ. 정신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통한 ‘자력화’ 실현 방안 (1) 문제의식: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역사회 정신건강체계에 미치는 영향. (2) 정신장애인의 정치적 영향력 보장을 위한 ‘법률·시설·정보·태도의 장벽‘ 해체의 필요성 Ⅴ. 존엄성에 기반한 치료환경 구축. (1) 문제의식: 치료환경이 정신장애인의 예후와 자립에 끼치는 영향 (2) 관계지향적 치료환경 구축을 통한 정신장애인 자립과 통합 실현 |
Intro
신체와 정신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상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대체로 두 가지의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먼저 장애를 신체적 제약에 따라 노동 등의 사회적인 생산활동에 불리함이 있어 치료와 재활을 위해 분리가 필요한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장애를 도로,건물구조,소통방식 등에 대한 제약에 보장이 없어 다양한 사회적 기회에 있어 분리된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전자의 정의가 장애의 정의로 많이 사용되었다면, 최근에는 후자의 정의가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채택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변화로 장애를 이해하고 보장하는 데 있어 장애를 치료하고 재활하려는 의료적 관점이 아닌 손상에 따른 기능제약과 개인이 처한 상황과 조건, 그리고 특성 등의 환경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사회적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즉, 이제 장애란 극복하고 제거해야 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수용 받아야 하는 개인이 가진 ‘정체성’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수용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는 의료와 재활의 관점에서 사회와 당사자의 관점으로 장애를 이해해 온 것이 사실이나, 점차 ‘관계의 관점’으로 장애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 인권 역시 자유권과 평등권을 넘어 사회권(복지권)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즉, 장애 당사자 스스로 사회적인 보장 수준을 판단하고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는 것은 향후 당사자가 장애로 인한 문제를 대처해 나가는 데 있어 주요한 자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장애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상호의존하고 일종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어서 신체적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사회적으로 시행되고는 있지만, 의사소통이라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인지 여전히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수용은 미비하다. 특히, 정신장애인에게 있어 결과적인 회복이 아닌 장애로 인한 일상적 도전에 대응하며 삶을 재조직 하는 ‘과정으로서의 회복’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러한 관점이 기존의 당사자주의와 구별된 특징 없이 기관의 프로그램 가치로써만 사용되는 것이 아닐지, 또, 이러한 관점에 담긴 치유,희망,역량강화,관계형성이 현실적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정신장애인과 지역사회 간 상호의존 구현하는 데 있어 어떠한 문제점이 있고 어떠한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시작하며: ‘정신장애’를 사회적 구성물로 바라보기
지역사회라는 공간에서 ‘통합된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는 ‘통합된 상태란’ 곧 헌법에서 ‘자유권’, ‘평등권’, ‘사회권(복지권)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는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지역사회에서 보장되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답해 볼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특히 사회권(복지권)을 구성하는 사회적 권리로써 사회 보장권, 사회서비스권의 보장과 경제적 권리로써 노동권, 노동시장 개입 및 직업안정권의 보장, 그리고 문화적 환경적 권리로써 사회적인 여가 및 문화 활동 등에 대한 보장에 주목하며(안치민,2003), 이를 통한 최저 생계비와 경제활동의 보장, 안정적인 주거, 사회활동의 참여에 대한 실현을 사회적으로 지지하는 공동체의 존재가 사회에 통합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 조건임을 말하고자 한다(후견신탁연구센터,2021).
본 글은 다른 장애 유형과 비교했을 때,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이 높은 정신장애임에도(보건복지부,2023), 대체로 교육 수준이 낮은 인구의 분포가 많은 불안정 노동의 환경에 의해 다양한 빈곤을 겪는 정신장애인의 현실이 ‘정신질환’이라는 임상적 특성에 의한 사회적 차별과 자기 낙인에 의한 배제에서 기인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즉, 본 글은 정신장애인이 ‘질환’ 등으로 사회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비해 정신장애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그리고 인프라 등 사회의 여러 제반이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들은 타 장애 유형의 장애인보다 더 많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정신장애인의 직장생활이 어려운 이유로 사회적 기능의 저하와 결핍으로 인한 직장 적응 어려움(50.0%)과 정신장애로 인한 자신감/자존감 부족(30.0%),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10.0%)을 꼽기도 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2021).
따라서 사회적 차별과 사회참여 기회 배제의 결과로써 정신장애인은 스스로에 대한 낙인을 내면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로 정신장애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가진 대중으로부터 발생하는 낙인에 의해 다양한 사회적 기회를 잃음으로써 정신장애인은 부정적인 문화적, 사회적 이미지를 수용해 자존감을 잃고, 차별이 두려워 사회적 기회를 찾는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내면화 된 낙인으로 인한 불안과 위협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증상관리는 더욱 힘들어지며, 이에 따른 결과로 정신장애인의 노숙과 정처 없는 배회를 뜻하는 ‘지역사회의 병동화’ 현상이 야기되고, 자립에 의지를 잃은 정신장애인은 가족과 사회의 지지에서 소외된 채 다양한 사회참여에서 벗어나 혼자 고립되어 살아가게 된다.
이렇게 저소득, 사회적 배제,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의 미비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정신장애인은 사회활동에서 겪는 스트레스 등으로 일시적인 증상의 재발을 겪기도 하며, 잔여 증상으로 인해 다양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든 위기를 겪기도 하는데, 정신장애는 치료되고 제거되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 아래에서 다양한 위기를 경험하는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서비스 기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으로써 ‘정신병동’에 입원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사회적 배제로부터 발생하는 장기적인 입·퇴원을 반복하며 점차 지역사회라는 공간에서 분리되기 시작한다. 즉, 정신장애인의 장기 입원과 같은 문제 역시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로 인한 공간적 분리라는 하나의 구조적인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 생각해 보면, 정신장애를 곧 시설, 제도와 법, 사회구성원의 태도와 규범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회적 구성물(구조)로 바라볼 수 있겠다. 이에 따라 그림과 같은 구조의 순환을 끊어내는 것, 그리고 정신장애인을 배제하고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해 내는 구조의 ‘균열’을 발견해 확장 시키는 것이 정신장애인 인권 문제의 해결에 있어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적용하여 정신장애인 사회적 배제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의 해결방안이 어떤 방향성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글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영역의 기회 ‘박탈’과 ‘불이익’으로 인해 경제 등의 영역에 정신장애인이 사회적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기본권까지 보장받지 못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사회적 배제’의 개념에 주목한다. 또, 이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 그리고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서비스의 부재라는 환경적 요인에 대한 전반적 문제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로 정신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사회기술 및 인지기능 등의 저하를 겪게 되어 이에 따른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고용시장 및 사회참여활동에서 소외되어 다차원적인 빈곤을 경험해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김미혜,2020). 결론적으로, 앞선 논의한 시각에 따라 본 글은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먹고 살아감‘, 그리고 ’삶을 꾸려나감‘에 있어서 어떠한 통합적 해결이 모색되고 논의되어야 하는지 사회구조적 원인을 탐색 함으로써 정신장애인의 인권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사회권 보장과 정신장애인의 노동권 보장
(1) 문제의식: 고용배제에 따른 빈곤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간적 분리’ 간 연관관계
본 글의 첫 시작부터 특히나 고용배제를 주요하게 다룬 이유는 ’입원 위주의 정신질환자 치료와 관리‘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으로 정신건강체계가 변화되는 맥락에서 정신장애인도 직업 활동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해 자아실현과 가족부양 등을 수행하며 독립을 이루어 사회구성원으로서 소속감과 보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와는 달리 이를 위한 사회적 여건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이진혁·송인한,2020). 이는 고용배제에 따라 경제·사회·문화적 자본의 빈곤이 발생한다는 일련의 맥락을 설명해주기에 충분하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과 소속감을 느끼는 데 가장 일차적인 직업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요건으로 가족 및 사회의 지지, 취업 직종, 병식 등 다양한 점이 논의되고 있으나(박경순·전미리,2009), 사회적 편견과 재활서비스의 부족으로 여전히 직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기업체 장애인고용실태조사 등의 자료에 따르면, 고용주 등이 채용이 가장 어려운 장애 형태로 정신장애인을 1순위(96.6%)로 꼽기도 하였으며(김미영·전성숙,2011), 직업중단의 경험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 정신장애인 역시 입·퇴원 반복으로 인한 대인관계 및 사회기술 훈련이 미비한 상태에서 직장 구성원들의 편견적 발언, 혹은 직무상 어려움에서 스트레스를 겪음으로써 증상의 재발과 악화를 경험하기도 한다고 밝혀진 바가 있다(김미영·변은경,2015).
물론, 정신장애인이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곧 생산성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록 정신장애인의 특정 증상이 업무에 지장을 끼칠 수는 있겠으나, 사회적 기술 훈련 등 재활을 통해 충분히 능력 향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이진혁·송인한,2020). 그럼에도 정신장애인은 “정신질환”으로 인해 취업의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주위의 시선과 편견으로 인해 증상을 “커밍아웃”하지 못해 잔존 증상을 잘 관리하지 못한 채 직업 활동을 중단하거나 임시직이나 단순직에 종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으로 증상을 관리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김미영·변은경,2015). 비록 정신장애인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장애인 의무고용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제조업과 운송업 등의 직종에서 종사하며 정신장애인이 사회참여를 하는 것이 정신장애인의 예후와 특성이 고려되고 있는 현실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따라서 정신장애인 사회적 배제의 구조적 해결방안에 있어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첫째로 사회권(복지권) 강화의 관점에서 정신장애인 특성에 맞는 일자리 개발 등을 통한 사회참여(노동권 등) 보장, 그리고 둘째로, 지역사회 내 회복지향 정신건강복지체계 수립이 그것이다.
(2) 사회적 경제 영역을 활용한 정신장애인 재활 사례: 이탈리아 협동조합 사례
따라서 사회권(복지권) 논의에 있어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요구로써 취약계층의 노동 참여와 이에 따른 사회적 가치와 사회통합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일자리사업을 통해 장애인에게 근로를 연계하여 사회참여와 소득보장을 해 줌으로써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있으나 정신장애인은 이러한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하며(장애인복지법 15조), 정신장애인의 특성상 타 장애 유형에 비해서 ‘장애인’임과 동시에 “질환자”로서 보건의료정책 상 보호와 치료의 대상으로 여겨지며 자연스럽게 사회통합 지원에 있어 배제를 경험한다.
그러므로 정신장애인의 사회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일자리 개발에는 위의 여러 논의에서 언급했던 정신장애인의 예후와 증상관리 등을 고려하여 “현재, 지금”의 상태에서 더 심각해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이에 맞는 지원과 프로그램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그러나 이때 위의 그림처럼 정신장애인의 특성과 ‘지역사회’라는 공간의 특수성의 차이를 함께 고려해야 함을 말한다. 즉, 현대 사회를 특히 ‘위험사회’라고 한다. 점차 연대 의식은 약화 되고, 사람들은 유동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데 모든 힘을 소진한다. 간단하게 말했지만, 실제로 사회복지 비용과 관련된 논의를 보면 이러한 사회에서는 도덕적 관심이 커지기 힘들고, 안정적으로 공적 부조를 받는 대상들에 대한 반복지 정서도 강한데(최명민 외,2016), 이때 지역사회의 삶의 속도에 맞춰 정신장애인이 회복을 진행하며 살아가는 것이 용이 한 지, 그리고 타인의 일에 관심이 사라진 구성원에게 일종의 ‘도움’을 받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정’을 받으며 일정한 직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소 비관적인 관측은 위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의 과정으로 충분히 설명되겠다.
이러한 점에 있어 정신장애인 사회권 보장의 대안으로 제3의 경제영역, 즉, 사회적 경제영역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 공공정신병원 폐쇄 이후 지역사회의 정신장애인 자립의 문제에 직면해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던 이탈리아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려고 한다(주윤정,2019). 위에서 말한 정신장애라는 장치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 규범, 이론 등의 구조적인 흐름을 끊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 정신장애인 일자리 개발은 곧 이러한 요소들이 개선된 공간을 만들어 정신장애인을 포용하자는 것과 같다.
이를테면, 특정한 증상에 의해 반복적인 설명이 필요하고, 사회기술과 업무역량 등이 저하되어 다소 느린 속도로 동작을 수행하는 정신적 장애인의 특성을 개개인 맞춤으로 욕구를 사정(Assesment)해서 각 개인이 원하는 강도와 노동시간, 그리고 원하는 직무에 맞는 업무를 배정해 주고 이에 맞는 임금도 평균 이상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공간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업무를 할 때는 사회복지사와 같은 비장애인으로 이루어진 ‘케어워커’와 장애인이 팀으로 함께하지만, 케어워커는 장애인의 업무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권리중심적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들은 직접적으로 정신장애인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 대신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업무의 완성도를 점검하고, 업무를 할 때 실수를 대처하는 등 사회기술 훈련을 돕는다. 그럼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측면에서 지역사회로부터의 격리가 아닌 정신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자유와 통합의 가치를 실현하는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중심노동의 규범을 실현하는 일종의 환경에서 정신장애인은 동료 장애인 및 케어워커와 소통을 하게 되며, 일방적으로 관계기술을 전달받는 것이 아닌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본인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은지 등의 본인만의 관계기술을 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직업재활을 통해 정신장애로 손상되었던 생산역량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서 공동체 내에서 정신장애인이 스스로 사회적 역량과 관계망을 재조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동체’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사회는 협동조합의 생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제공하며, 정부는 협동조합에서 훈련된 장애인을 공공서비스 쪽에 우선 배치하며 기업들은 ‘지사’ 쪽에 장애인을 고용하되, 임금이나 노동에 있어서는 본사의 대우를 해 주는 방식으로 정신장애인의 고용을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이러한 협동조합 모델은 생산중심 및 소비중심의 사회에 있어 ‘가치절하’를 경험하는 정신장애인이 스스로 노동환경에 적응하여 만들어 낸 생산물을 사회에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결과적으로 ‘시혜’의 관점이 아닌 ‘인정’의 관점에서 정신장애인이 주류 사회에 편입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례는 정신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공동체에서 직업재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 구성원과 소통하는 여러 상황을 가장한 일종의 당사자 경험 위주의 자기결정권 훈련 및 사회관계 기술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것이 곧 정신장애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해체하고 정신장애인의 사회참여를 보장하는 공동체의 역할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의 표로 나타낼 수 있겠다..
정신장애를 구성하는 요소 -> 요소의 해체 (장치의 해체) |
관계망의 형성 |
정신질환에 대한 담론 -> 자유의 정신의학 정신병원과 격리-> 지역사회통합 정신병원이라는 격리시설->격리시설의 해체 의료법->정신장애 격리 의료법의 폐지, 통합복지법 정신질환에 대한 과학적 연구->현상학적 정신의학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혜(동정)->권리중심적 관계 |
호혜의 문화 사회적 협동조합 역량의 회복/사람중심노동의 규범 마련 관계의 훈련 역량의 실천과 관계망의 경험 |
<주윤정,2019,“탈시설 운동과 사람중심 노동” 일부 재구성.>
(3) 함의: 협동조합 모델을 활용한 동료지지체계 일자리 활성 방안
점차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이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주의와 당사자주의에 기반한 관점이 등장했고,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정신장애의 예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회복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었다(하경희,2012). 이러한 흐름이 곧 ‘회복 관점’인데, 이때의 회복이란 증상의 제거와 같은 결과적인 목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주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 유능하다는 자기감각과 역량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이용표 외,2022). 따라서 ‘회복’이란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삶의 목적에 ‘희망’을 가지고 일상적 도전에 대응하면서 개인의 삶을 의미 있게 재조직 하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료상담 및 동료활동지원과 같은 동료지지서비스가 정신장애인의 회복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면, 대체로 동료지원 활동에 참여한 정신장애인은 ‘공감’ 등의 정서적 지지와 지역사회 자원 및 증상 위기 시 권익옹호에 대한 정보제공, 가사 등의 활동 지원을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문제해결 및 대인관계 역량을 경험하였으며, 동료지원을 제공한 장애인과 받은 장애인 모두 동료의식 증진과 함께 부정적이던 정신장애를 새로운 차원으로 경험함으로써 자기회복을 경험하였다(하경희·성준모,2012;이근희,2014;박다은·정숙희,2023). 즉, 동료지원은 정신장애인에게 사회적 지지와 임파워먼트 경험을 부여하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통합과 자립에 주요한 요소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동료지원은 몇 기관을 중심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되거나 동료지원가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2019년 기준 동료지원서비스를 활용하는 정신장애인의 비율은 28.5%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정신장애인의 임상적 경험이 강점으로 발휘되는 직종은 곧 공감을 기반으로 한 돌봄 지원 서비스인데, 현재 정신장애에 대한 위험도를 이유로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교사 등 정신장애인은 여러 직업 영역에서 자격취득제한의 한계 속에 처해 있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의 일상성 회복과 사회통합을 위해 제조업 상품을 생산하는 활동이 아닌 대인 서비스에 특화된 일자리가 정신장애인에게 제공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이렇게 제공되는 동료상담가 일자리 사업은 앞서 언급한 협동조합 모델에서 적용될 수 있다. 협동조합 모델에 따른 정신장애인 고용환경 구축의 목적은 직업 재활을 하는 과정에서 정신장애인이 다양한 구성원 간의 소통을 통해 사회기술 및 대인관계 역량을 향상하는 데 있는데, 이때 동료지지체계가 용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협동조합 모델에서 정신장애인이 동료상담가로서 대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시 이후 고용노동부 등에서 동료상담서비스 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이후 성과가 있을시 동료상담가들이 일종의 자격증을 가지게 되어 청년마음건강 사업이나 NEET 상담프로그램과 같은 영역에서 일반인 대상 상담사업의 주체로도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한국사회서비스연구원,2022). 이러한 정신장애인 특성화 일자리 사업의 순환을 협동조합 내에서 동료지원가 채용을 통해 실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중심 회복 및 재활체계 구축 방안
(1) 문제의식: 지역사회 내 정신장애인 재활 및 위기지원 체계의 부재
만약 지역사회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치료 후 지역사회로 나오는 정신장애인은 특별한 재활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증상을 관리하지 못하게 되어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게 되고, 이는 다시 장기적인 입원을 가능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의 사유에 대해서 ‘퇴원 후 살 곳이 없어서’, ‘혼자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어서’, ‘가족이 퇴원을 원치 않아서’ 등의 이유가 꼽히기도 하였는데(경향신문,2019), 무엇보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직장 등 대인관계간 갈등과 스트레스에서 오는 위기 상황을 예방하지 못하거나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시 증상의 재발로 인한 자·타해 위험 등 극단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며, 특히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체계의 경우 위기를 급성기 상태를 잠재울 수 있는 의료적 개입을 주로 의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족과 주변인에 의한 비자의 입원으로 이어져 정신장애인의 공간적 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이용표 외,2021).
구분 | 좁은 의미의 위기(응급) | 넓은 의미의 위기 |
개념 | 정신과적 질환이 급성기 상태로 발현하거나 악화되어 본인 혹은 타인의 안전과 건강에 위협되는 상황 | 극심한 정서적 고통, 기능상의 명백한 변화,비극적 사건의 발생 |
위기 개입의 목적 | 자타해위험 상황의 해결 | 지역사회에서의 생활 회복 |
위기 유발 요인 | 정신과적 질환의 재발/악화 | 관계의 변화(상실, 갈등, 피해 등) 학업 및 직업상 스트레스(압박감, 갈등, 고립, 차별, 실직 등) -기타 촉발 요인(군중, 지역사회 폭력 및 트라우마 경험 등) |
<그림: 정신장애인 ‘위기’ 개념. 이용표 외,2021,『인권과 대안을 위한 정신건강사회복지론』 p. 291 표 재인용>
하지만 위의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신장애인의 위기는 곧 ‘응급’만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 광의의 개념으로 본다면 지금까지 살펴본 일종의 빈곤,실업,차별과 같은 생활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며, 당사자들은 강제적인 입원 치료가 아닌 정서적인 지지와 안전한 환경에서의 휴식이 보장된다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문제라고 이야기 한다(파도손,2019). 즉, 위기를 곧 ‘재발’로 인식해 정신건강 위기를 자·타해의 위험으로 간주하는 현재의 정신건강체계의 관점을 넘어서 당사자 중심의 위기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2) 동료지지체계 등을 활용한 지역사회 위기 지원 및 재활 지원 활성화 방안
종합하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배제에 따른 공간적 분리(입원)을 막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대인관계, 문제해결기술훈련을 실시하고, 직업재활서비스와 주거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지역사회자원의 확충이 필요하다(서미경,2015). 또, 정신장애인이 사회활동 하면서 맞닥뜨리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14개 권역별로 설치되는 정신응급의료센터의 설치와 함께 ‘위기지원쉼터’와 같은 단기주거시설 확충과 동료지원쉼터에 대한 지자체별 보조금 및 주거계약 지원을 강화 해야 하겠다. 또, 24시간 관찰응급서비스와 지역사회 내 정신보건서비스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협의의 위기와 광의의 위기에 처한 정신장애인의 입원을 일정 부분 예방해야 하며, 권역별로 24시간 핫라인 등 지역 내 모바일 응급지원팀의 구축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위기 대처와 정시장애인 가족과 이웃의 어려움을 덜어내고, 빈곤과 차별 등의 스트레스로 위기를 겪는 정신장애인이 이러한 핫라인 등을 이용하는 경우 손쉬운 대처가 가능하도록 핫라인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응급의료센터,권익보호관련기관의 통합으로 운영될 수 있겠다(한국장애인개발원,2021). 물론 이러한 양적 확충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원에 있어서는 정신장애인이 소위 말해 ‘커밍아웃’을 해야 하며, 이는 위기지원에 있어 또 다른 차별과 낙인의 가능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차별과 낙인 걱정 없이 당사자가 스스로에 대한 상황을 마음 편히 상담하기 위해서는 위기지원에 있어서 정신장애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면서도 정신장애의 어려움과 증상의 완화를 판별할 수 있는 ‘동료지원가’ 고용이 필수적이다.
정신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통한 ‘자력화’ 실현 방안
(1) 문제의식: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역사회 정신건강체계에 미치는 영향.
하지만 이렇게 병식, 즉, 증상관리가 지역사회 내 회복 지향적인 삶을 보장하는 데 중요함에도 지역사회에서 증상이 재발하는 등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위기지원쉼터의 존재는 여전히 미비하며, 국가인권위원회(2020)에 따르면, 정신건강증진시설의 현황을 보았을 때, 2018년 기준 의료기관 1600여 개를 기준으로 정신재활시설은 단 348여 개가 설치되어 있었고, 재활시설의 종류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229개 지자체 중 105개의 지자체에 정신재활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글에서 주요하게 언급했던 정신장애인의 직업 유지와 빈곤에서 중요한 직업재활시설이 설치된 지자체는 단 14곳으로 대부분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에서는 93.9%의 미설치율을 보이는 실정이다. 이러한 재활시설의 평균 이용률 역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렇듯 지역사회 기반의 정신건강증진 서비스가 미비한 이유에 대해 당사자와 정책당국의 관계자 및 공무원들은 정신재활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해 주민이 재활시설 설치에 대해 민원을 넣어 반대하는 ‘님비현상’에서 찾고는 한다(에이블 뉴스,2018). 자립생활 패러다임이 진행되는 중이지만, 여전히 공무집행의 규정은 ‘옛것’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초기 설치 지원 및 운영비를 지원하고 지역 단위로 시설 설치의 기준을 마련하려고 하더라도 여론의 영향과 지자체의 소극적 태도가 지역사회 기반의 열악한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체계를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다.
(2) 정신장애인의 정치적 영향력 보장을 위한 ‘법률·시설·정보·태도의 장벽‘ 해체의 필요성
이러한 점에서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배제에 따른 공간적 분리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권 보장의 접근을 강조하는 본 글에서는 정신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통한 정신장애인 여론 영향력 강화를 말하고자 한다. 현대 사회에서 공적 활동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투표’이다. 이러한 투표의 기제로 여러 사회 제반의 결정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인종과 성별, 경제적 지위, 지능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함에도 정신적 장애인은 의사결정능력을 이유로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정신적 장애인의 문제는 전문가의 관점에서 돌봄과 보호의 문제로 논의되어 당사자가 겪는 생활상의 문제 등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제철웅,2021).
실제로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2021)의 정신장애인 사회참여활동 실태에 따르면, 21대 총선 선거에 있어 정도가 심한 장애인의 투표율이 61.2%이었음에도, 정신장애인의 투표율은 49.3%에 불과했는데, 유엔개발계획은 이러한 현상이 ‘법률적 장벽’,‘투표 과정과 시설의 장벽’,‘정보의 장벽’,‘태도의 장벽’에 의해 발생한다고 진단하였다. 현재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은 스스로의 권익을 옹호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국회에 ‘동료지원가 양성’,‘정신장애인 맞춤 공공일자리 발굴’,‘보호의무자제도 개선’ 등을 요구해 오고 있으며, 한때 이러한 노력으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구성에 참여한 동료지원가 채용 근거법률과 정신재활시설 내 쉼터 설치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담은 ‘진주참사방지법(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후견신탁연구센터,2019). 이러한 노력이 더욱 실현되기 위해서는 병원 및 요양시설 거주 정신장애인을 위한 거소투표와 우편투표 등의 대안이 마련되고, 선거내용,선거절차,투표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정신장애의 특성에 맞게 쉽게 제작하여 정보를 전달하며, 장애인의 정당활동을 촉진하는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장애인단체와 선관위 등의 협력을 통한 구현이 필요하겠다. 이러한 방식으로 정신장애인의 여론 강화를 만들어 낸다면 다양한 편견적 시선을 담은 ‘님비’와 같은 현상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장애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제는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 수준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소위 정책에 당사자의 피드백이 적용되는 ‘환류’ 과정의 활발한 작동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정치적 방안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4) 존엄성에 기반한 치료환경 구축.
(1) 문제의식: 치료환경이 정신장애인의 예후와 자립에 끼치는 영향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특정한 재활과 위기지원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했을 시 병원과 같은 시설에 입원하게 됐을 때, 병원의 치료환경이 당사자와 전문가와의 협력적 관계를 담보하는 당사자의 의사결정이 보장되는 환경이어야 장기입원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보조사업’ 등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치료가 끝난 후 증상을 관리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퇴원을 준비하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긴 시간 동안 폐쇄적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강압적인 치료환경에서 지내 정신장애인과 강압적인 치료가 지양되며 적극적인 병원 사례관리가 진행되는 당사자 중심의 치료환경에서 지역사회 자립을 준비하던 정신장애인은 서로 다른 지역사회자립 적응도를 보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자의 정신장애인의 경우 증상의 심화와 사회기술 및 대인관계 능력의 저하를 경험하여 부족한 지역사회 자원에 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배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정신장애인이 살아가는 공간을 치료환경과 지역사회로 구분하였을 때, 치료환경에서의 정신장애인 인권 문제는 자유권의 영역에서 논의되고, 지역사회에서의 정신장애인의 인권 문제는 평등권의 영역에서 논의되고는 한다. 하지만 사회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정신장애인의 인권 문제는 두 영역을 포괄하는 관점으로 논의되어야 하며, 이것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배제와 공간적 분리의 문제의 해결방안에 있어 존엄성에 기반한 치료환경 구축이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관계지향적 치료환경 구축을 통한 정신장애인 자립과 통합 실현
사진은 광주 천주의성요한 정신병동의 보호소 모습이다. 보호소이지만 ‘침대’와 ‘끈’이 없다는 점이 어색한 부분이다. 이 병원은 정신장애인의 특성상 증상이 일시적으로 재발 해 “돌발행동”을 보일 때 환자를 묶고 격리하는 대신 ‘안정화 치료’를 선택했다.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원장을 지냈던 김성수 전문의도 재직 당시 820건의 응급입원에도 불구하고 강박률을 5% 유지했으며, 현재는 비강압치료 기술 개발을 하는 연구용역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안정화 치료를 선택하는 전문의들의 입장에 따르면 강박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안전하고 인격적이며 트라우마를 최소화하는 정신질환 치료는 불가능해 보이는데 말이다. 이들은 병동의 생김새와 입원 과정과 입원 생활의 구조가 환자가 의심과 오해를 사기 좋으며, 이는 곧 환자의 분노나 행동장애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천주의성요한 병원’의 경우 'ㅁ'자로 된 병원 가운데에 환자들이 산책할 수 있는 정원과 넓은 생활공간을 위해 병상 수를 40개로 제한했다고 한다. 김성수 전문의는 일반으로 정신질환은 의료과학을 표방하므로 가두거나 주사를 놓는 즉각적 치료가 용이하지만, 이는 오히려 치료가 6개월 늦어지며 장기입원 확률이 높아지고, 이때 발생하는 저항으로 인해 직원과 환자가 부상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즉, “격리와 강박은 비싸고, 폭력적이고, 해롭다(한겨레,2024).”
길게 설명했지만, 결국 위의 안정화 치료 사례는 ‘정신장애인의 위험행동은 그들의 악의가 아닌 치료환경에서 오는 불안과 위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정신장애인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게 ‘관계지향적’으로 치료환경을 개선해 일종의 치료관계자와 환자 사이의 공동체를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본 글이 병원을 ‘지역사회로부터 공간적 분리’라는 이름으로 문제시했던 이유는 기존의 정신병원은 사회적 배제로 인해 빈곤하고 수급자가 된 정신장애인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대안으로 그 안에서 행해지는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환경이 정신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하는 핵심 기제로 기능해서였다. 하지만 만약 위의 사례와 같은 정신장애인과 의료진들의 소통적 관계가 구축되고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자립이 치료과정에서 보장된다면 병원은 더 이상 공간적 분리를 뜻하는 시설이 아닌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자립을 보조하는 일종의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러한 존엄적인 치료환경 구축은 정신장애인의 긍정적 예후를 보장해 지역사회자립을 지원할 수 있다.
한편 위에서 언급했듯 정신장애인이 ‘위기’ 발생 시 비자의 입원을 한 경우 당사자가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권익옹호 성격의 ‘절차보조사업’과 같은 의사결정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라도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치료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즉, 정신장애인이 동료지원가 등의 도움을 받아 의료진에게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의 효과 부작용, 질환의 치료과정과 기간, 병원 내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안내받아 ‘알 권리’를 보장받으며 자기 주도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존엄적 치료환경이 우선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권익옹호기관의 도움으로 정신건강심의위원회 심사청구를 통해 비자의 입원을 자의입원과 동의입원으로 전환해 장기입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퇴원 시 동료지원가의 정서적 지지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희망하는 재활 프로그램과 외래 치료 서비스를 토대로 퇴원 계획을 세우는 등 ‘절차보조사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존엄적인 치료환경이 우선 갖추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배제의 문제에서 통합적 해결방안을 고려할 때 치료환경의 개선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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